한글 성경이 있어 한국교회가 세워졌다. 훈민정음이 창제된 지 448년 지난 1894년 갑오개혁으로 한글이 처음 국문(國文), 즉 나라의 글자로 공인받았는데 스코틀랜드연합교회에서 중국 만주에 파송한 존 로스(1842~1915) 선교사가 이응찬 서상륜 등의 도움을 받아 번역한 ‘예수셩교누가복음젼셔’가 출간된 것이 이보다 12년 앞선 1882년이다. 한글이란 새 언어에 주목하고 한문을 쓰는 지배층이 아닌 일반 대중을 향해 새로운 민주 공동체를 지향한 것이 곧 한글 성경의 정신임을 반추하는 학술 심포지엄이 열렸다.
대한성서공회와 한국기독교역사연구소는 26일 서울 종로구 새문안교회(이상학 목사)에서 ‘존 로스의 한글 성경 번역이 한국교회와 사회 문화에 끼친 영향과 과제’를 주제로 예수셩교누가복음젼서 발간 140주년 기념 학술대회를 열었다.
권의현 대한성서공회 사장은 “존 로스의 한글 성경은 최초의 한글 성경이란 역사적 의미가 있을 뿐만 아니라 누구나 읽을 수 있는 순한글로 하나님 말씀을 번역하고 출판 보급했다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권재일 한글학회 회장은 축사에서 “한글 성경은 신앙의 소임을 넘어 글자 생활에 한글 사용을 정착시키고 국어 표기법의 기틀을 마련하는 데도 이바지했다”면서 “한글학회와 마찬가지로 한글성경 번역 역시 우리말 우리글을 가꾸고 지켜 왔다”고 평가했다. 이상학 새문안교회 목사는 개회 기도를 통해 “복음 전도 이전에 한글성경 번역부터 이뤄진 점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옥성득 미국 UCLA 아시아언어문화학과 한국기독교 석좌교수가 ‘존 로스와 한국 개신교’를 주제로 기조발표를 맡았다. 개척 선교사이자 선교학자, 성서 주석자이자 성경 번역자로서 로스 선교사의 입체적 모습을 살폈다. 로스 선교사는 만주 선교와 조선 선교를 두 발로 감당한 개척 목회 선교사인 동시에 선교방법 한국어 한국사 중국사 등 8권의 저서를 펴낸 학자 선교사였다. 또 한국에서도 널리 사용된 여러 권의 주석서를 쓴 성서 주석 선교사이자, 누가복음으로 시작해 요한복음 마태복음 마가복음 등에 이어 1887년 신약성경 전체인 ‘예수셩교젼셔’에 이르기까지 완역해 발행한 천재 선교사였다. 옥 교수는 “로스 선교사가 한국에 준 최초의 한글 복음서와 신약전서는 한국문화와 한국 기독교에 영원한 금자탑으로 남을 것”이라고 밝혔다.
유경민 전주대 국어교육과 교수는 ‘역대 한국어 성경 번역문 분석’ 발표를 통해 “로스 성경 이전에는 한글 전용문 텍스트가 만들어진 적이 없었다. 한글과 복음이 서로를 살리고 상생하며 민족의 희망이 된 것”이라고 말했다. 박형신 남서울대 교수는 ‘로스 한글 성경의 보급과 소장본에 대한 연구’를, 이두희 대한성서공회 부총무는 ‘누가복음 20~24장을 중심으로 살펴본 로스 성경 번역의 영향’을 각각 발표했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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