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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국민일보> “북한기독교역사사전, 통일의 기초·복음 열정 회복 위한 것”2025-03-28 16:15
작성자 Level 10

“북한기독교역사사전, 통일의 기초·복음 열정 회복 위한 것”

입력 2025-03-26 05:18
“북한기독교역사사전, 통일의 기초·복음 열정 회복 위한 것” 기사의 사진
이만열(오른쪽) 한국기독교역사연구소 초대 이사장과 이덕주 현 이사장이 지난 19일 서울 마포구의 연구소에서 대담을 나누며 환하게 웃고 있다. 신석현 포토그래퍼
“북한기독교역사사전, 통일의 기초·복음 열정 회복 위한 것” 기사의 사진
“북한기독교역사사전, 통일의 기초·복음 열정 회복 위한 것” 기사의 사진
이만열 초대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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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덕주 이사장

한국기독교역사연구소 특별대담

자료 수집 중인 북한기독교역사사전
한국교회사에 갖는 의미를 말하다


한국기독교역사연구소(연구소·이사장 이덕주 교수)가 내한선교사사전(2022년)에 이은 대작 ‘북한기독교역사사전’(아래 사진)을 오는 11월 발간한다. 19세기 말부터 기독교 교세가 상당히 강했던 북한 기독교 역사 전체를 망라하는 이번 사전은 분단 이후 철저하게 말살된 북한 지역의 교회들을 복원하는 첫걸음이 될 전망이다. 연구소는 “북한교회의 재건과 한국교회의 첫 마음 회복에 꼭 필요한 사료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기독교역사사전에서 혹시 빠진 항목이 없는지 오늘도 한국교회 여러 곳의 발품을 팔며 문을 두드리고 있는 연구소 초대 이사장 이만열 전 국사편찬위원장과 현 이사장 이덕주 감리교신학대 명예교수가 지난 19일 서울 마포구 연구소에서 국민일보와 만났다.


대담=우성규 종교부장

-북한기독교역사사전은 누구의 아이디어로 시작됐나.


△이만열 교수=1996년 연구소가 ‘북한교회사’를 펴냈었다. 당시 남북나눔운동 이사장이던 홍정길 목사가 연구소 이사장이었는데 북한교회사에 대한 관심이 컸다. 이런 연유로 홍 이사장이 북한교회사 집중 연구를 위해 종잣돈을 지원하셨다. 여러 연구자가 모여 북한교회사 편찬을 위한 사료 수집과 분석을 시작했다. 신뢰성 있는 사료를 확보하는 게 우선이었다. 이런 연구가 결국 사전 편찬으로까지 이어진 셈이다.


△이덕주 교수=1982년 연구소가 ‘한국기독교역사연구회’로 태동할 때 신학대의 교회사 교수뿐 아니라 일반대 한국사 교수들도 대거 참여했다. 출발부터 ‘교회사’와 ‘민족사’가 관심사였다. 당시 이만열 교수께서 해직 중이었는데 미국 캐나다 영국 호주 등을 다니며 사료를 모으셨다. 그리고 방대한 사료를 연구자는 물론이고 한국교회 전체와 공유했다. 사료를 독점하지 않는 게 연구소의 전통이다. 선교사들에게 진 빚을 갚기 위해 만든 게 내한선교사사전이었다면 북한기독교역사사전은 광복과 분단 80주년을 맞아 통일 시대를 대비해 만드는 것이다.

△이만열=오래전엔 연구자들이 사료를 발굴하면 모두 개인의 것이 됐다. 연구회가 출범한 뒤엔 독점하지 않고 공유하는 것이 전통이 됐고 이를 통해 학문적 신뢰 관계가 형성됐다. 연구회가 지금의 연구소로 발전한 것도 이런 유대감 덕분이었다. 초기에도 교회에서 남북 화해를 이야기하면 비판적인 반응이 적지 않았다. 그런 분 중 우리 연구소를 후원한 분들이 적지 않다. 연구소는 단순히 ‘학인’들만 모인 게 아니고 전국 교회와 성도들의 기도와 후원으로 자리 잡았다. 이번 북한기독교역사사전도 이런 관심 속에서 완성되고 있다.

-‘교회·인물·학교·병원·사건’ 등 1만2300여 항목을 넘어서고 있다.

△이만열=북한기독교역사사전은 북한 기독교의 모든 역사를 총망라한다. 굵직한 사건이나 인물 말고도 소소하거나 무명의 헌신자들까지 담고 있다. 교인들의 헌신이 한국교회를 지탱하는 힘이었다. 사전에는 “이런 항목까지 있어”라고 할만한 부분들도 실렸다. 교인들의 눈물과 기도로 교회가 성장했고 지금도 명맥을 유지한다는 걸 알리고 싶다. 공산주의가 없앤 기독교를 복원해야 하는 사명도 중요하다.

△이덕주=김기선이라는 과부 이야기를 쓰다 왔는데 20세기 초 성진시(현 김책시)에서 예수 믿은 뒤 전 재산을 들여 전도하러 다니셨던 분이었다. 이 사연을 신문에서 찾아냈는데 이런 아름다운 이야기를 후손들이 들으면 얼마나 크게 감동할까 생각했다. 사전엔 주류 교회사에 없는 이런 이야기들도 담긴다.

△이만열=1902년 평양에서 사경회가 열렸는데 연변이나 강계 같은 곳에서 솥단지와 이불을 이고 한겨울에 걸어서 참석한 사례도 있다. 이들은 사경회에서 듣고 배운 모든 것을 출석하는 교회로 돌아가 다시 전달하기도 했다. 연구자들도 눈물을 흘릴 정도의 미담이 적지 않다.

△이덕주=사전 발간의 목적은 분명하다. 통일 이후 북한교회를 재건하기 위한 기초가 될 것이다. 탈북자들이 교회를 재건할 때 김일성 이전 교회 역사를 알고 있는 것과 모르는 것 사이의 격차는 크다. 김일성의 역사는 길지 않다. 그 전 오랜 선교 역사가 있다. 이걸 보여줘야 역사 위에 서서 교회를 재건할 수 있다. 또한 한국교회의 세속적 물질주의를 정화하는 것도 중요하다. 지금 교인들은 과거 순수했던 복음의 열정을 잊었다. 이를 회상하고 이를 바탕으로 개혁하는 것이다.

-자료 확보가 매우 어려운 작업일 듯하다.

△이덕주=‘북한교회 사료’라고 따로 분류돼 있는 게 아니다. 선교사가 본부에 보낸 편지와 기존의 사료 안에서 샅샅이 찾아내야 하는 지난한 작업이다. 자료 리서치에만 꼬박 3년이 걸렸다. 연구자들은 선교사 보고서와 노회록, 총회록, 월남 교인 회고록, ‘코리아 미션 필드’, 각종 매체 등을 뒤졌다. 1만2300여개에 가까운 색인 항목이 이렇게 만들어진 것이다. 여전히 주요 교단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등에 자료 공개 요청 등을 하고 있다.

△이만열=색인 항목 작업을 하는 동시에 이를 교단과 주요 교회들과도 공유하고 있다. 빠진 게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다. 어떤 교회가 “이런 게 빠진 것 같다”고 하면 근거 사료를 요청해 보완하는 식으로 완성하고 있다. 많은 교회가 도와줬지만 무관심한 경우도 있다. 교단도 마찬가지다. 색인 항목 회람을 8개월 동안 하고 있다. 나중에 빠진 항목이 나오면 무척 곤란하다. 그래서 자꾸 물어보는 것인데 적극적인 관심이 필요하다.

△이덕주=특히 북한에서 월남한 교회들에 서너 번씩 물어보고 있는데 그사이 리더십이 교체되면서 북한 교회에 관한 관심이 떨어진 경우도 있다. 하지만 북한 기독교 역사는 남북 모두에 매우 중요하다. 이번 대담도 사실 마지막으로 한 번 더 색인 항목과 사전 보급에 교회의 관심을 촉구하기 위해서다. 지금이라도 빠진 게 있다면 보완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다. 지금까지 연구자들의 수고였다면 빠진 부분은 교회가 채워야 한다.

-얼마나 많은 학자가 저술에 참여했나.

△이덕주=북한기독교역사사전에는 74명의 학자가 참여하고 있다. 이만열 교수님이나 나는 아날로그 시대의 마지막 연구자들이다. 후학들을 위한 마지막 봉사라고 생각한다. 사전은 모든 학술 연구의 최종 집대성이다. 연구소 창설한 1세대의 마지막 봉사로 생각한다. 인공지능(AI) 시대에 사전을 만들려는 것도 결국 이런 작업을 해 둬야 후학들이 AI로 넘어가는 작업을 하는 것이다. 누군가는 가장 원시적인 작업을 해 둬야 한다.

-통일과 교회 재건에는 넘어야 할 산이 많은데.

△이덕주=그렇다. 이만열 교수님이나 나나 평양을 여러 차례 다녀왔는데 너무 큰 이질감을 느꼈다. 분단 현실과 통일의 미래 모두 낭만적인 건 없다. 대치하고 있는 현실이 냉혹할 뿐이다. 그렇다고 통일을 포기해선 안 된다. 서로를 알아가는 과정이 통일을 위한 가장 중요한 과정인데 이것이야말로 교회와 신학자의 과제다. 사전이 북한 교회를 알고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 해방 이후 교회사는 반쪽 교회사다. 이를 복원하려는 노력의 출발이 사전인 셈이다. 통일 후 돈만 있다고 북한 교회 재건을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북한에서 공산주의 때문에 오래전 소멸한 기독교를 세심히 복원해 내는 게 바로 북한 교회 재건의 핵심이어야 한다. 이것이 결국 통일의 마지막 과정이 되는 것이다. ‘A교회의 평양 성전’과 같은 식의 재건은 곤란하다. 그래서 북한교회 재건은 탈북 기독인을 중심으로 진행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들이 자신의 고향 교회사의 시시콜콜한 부분까지 알 수 있도록 돕는 사전이 될 것이다. 이들이 통일 후 북한에 가서 “증조할아버지 때 고향 교회에선 이런 일이 있었다”거나 “옆 동네엔 선교사가 세운 병원이 있었다”와 같은 고향 교회사 이야기를 한다면 교회 재건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500여명의 탈북민 사역자들에게 북한기독교역사사전 보내기 운동을 하는 것도 이들의 사명이 크기 때문이다.

-‘무너진 여호와의 제단을 수축’하는 내용의 열왕기상 18장 30절이 주제 성구인데.

△이덕주=우리 시대 마지막 과제가 평화적 통일이다. 통일에 대한 여러 논의가 있는데 ‘통일 이후’ 한반도의 역사를 어떻게 만들어 갈지에 대한 논의는 적다. 사전은 바로 선 한반도를 위해, 통일 이후를 위한 책이 될 것이다. 오래전 북한 땅에서 있었던 아름다운 교회 역사를 복원하는 게 결국 사전의 목적이자 통일 이후 한반도 미래를 위한 기여다. 무너진 땅은 이렇게 수축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정리=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


“북한기독교역사사전, 통일의 기초·복음 열정 회복 위한 것”-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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